Percy Bysshe Shelley, "Orpheus" 

퍼씨 비셰 셸리의 ‘오르페우스’

A:

여기서 멀지않은 곳. 저쪽 뾰족하게 뛰어나온 언덕,

떡갈나무로 둥글게 둘러싸인 곳, 거기에서는 당신도 볼 수 있다.

컴컴하고 메마른 들판을. 그 들판에서는

좁지만 깊은 시냇물이 꾸역꾸역 시커멓게 흘러가고 있다.

그 시냇물엔 바람이 불어도 잔물결이 일지 않고, 아름다운 달빛이

그 위로 아무리 떨어져도 반사되어 비치는 법이 없다.

양 옆의 둑에는 풀 한포기 없는 이 이상한 연못을 따라가라.

어두컴컴한 연못에서 잠시 멈출 때까지.

그 연못은 이 시냇물의 발원지인데, 거기에서 샘솟는 물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밖으로 튀어나와있는 바위 아래에서

그 그늘 밑에 숨어있다. 그치지 않는 어두움의 샘물,

그 언저리엔 부드러운 빛이 떠돌고,

그 빛은 몸을 떨며 애인과 몸을 섞는다. 

하지만 요정 시링크가 목신 팬을 피해 도망가듯, 

밤이 낮을 피해 달아나면,

때로는 몹시 화나서 상대방은 안중에 없는 그런 혐오감으로

그녀의 천상의 포옹을 단호하게 거절한다.

이 삐죽삐죽하고 모양없는 언덕의 한 켠에는

동굴이 하나 있고, 거기에서는 마치 공중에 걸린 거미줄처럼

창백한 수증기가 솟구쳐 올라온다.

그 숨결은 모든 생명을 파괴하는데, 잠시 바위를 감싸고 있다가

이윽고 바람에 흩어지며 시냇물을 따라 날아가거나,

바위틈에 잠시 멈춰 그 안에서 잠든 벌레들을 죽인다. 벌레가 그 안에 살고 있다면.

저기 컴컴한 바위의 돌출부 위엔,

싸이프러스 나무가 여러 그루 서있다. 그 나무들은

첨탑처럼 우아하게 그 뾰족한 꼭대기로 생기를 북돋으며

그대의 고향 계곡의 그 깨끗한 하늘을 찌르고,

그 가지들은 바람과 뛰놀지만, 그곳의 엄숙한 우아함을 망칠까봐

거슬리게 구는 법이 없다. 하지만 이 나무들은 세찬 바람이 불어도

서로를 악착같이 붙잡고 고달프게 서있다. 그들의 약한 가지들은

바람을 맞아 한숨짓고, 세찬 바람에 몸을 휘젓는다.

바람에 시달린 나무들이여!

코러스

저건 얼마나 놀라운 소리인가? 구슬프고, 미약하지만,

수도원의 기둥들 사이로 미끌어지듯 지나가는

바람의 중얼거림보다 더 고운 곡조를 가졌다.

A:

그것은 오르페우스의 수금(lyre) 소리가 

바람에 실려 서성대는 것이다.

바람은 자기들의 예의없는 왕 이올러스의 성화에 못이겨

이 바람에 떠도는 소리에서 빨리 떠나야 하는 것이 아쉬어 한숨짓는다.

하지만 바람은 재빨리 지나가면서도

점점 희미해지는 소리를 품고 지나가며,

그것을 아침이슬처럼

놀라는 감각 위에 흩뿌린다.

코러스

오르페우스가 아직도 노래하는가?

나는 그가 유리디스를 잃고나서

일찌감치 그의 수금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A:

아, 그렇지 않아!

잠시 쉬긴 했지만. 불쌍하게 사냥감이 된 수사슴은

물살 빠른 시냇물의 무시무시한 언저리에 서서

잠시 몸을 떨었지만, 잔인한 사냥개들이 포위망을 좁혀오고

귀가 멀 것 같은 고함소리와 빗발치는 화살이 상처를 입히면

그냥 물속에 뛰어 들지. 오르페우스도 끝모르는 슬픔의 날카로운 송곳니들에 

물리고 찢긴 채, 밝은 대낮에도 메나드처럼 자신의 수금을 뒤흔들며,

난폭하게 비명을 질렀다. “날이 어둡다, 그녀는 어디에 있는가?”

그리고 수금의 줄을 뜯어 깊고 두려운 곡조를 뽑아냈다. 아!

오래 전, 아름다운 유리디스가 그의 곁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이면

오르페우스는 고상하고 신성한 노래를 부드럽게 불렀다.

마치 시냇물이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불어 생긴 작은 물결의 영향으로

물결 하나 하나가 여러 각도로 햇빛을 반사하면서,

푸른 강둑을 타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쉬지 않고 언제나 청아하고 생생하게 흘러가듯이,

그의 노래도 그렇게 흘러갔다. 신의 음식을 먹고 자란 천상의 아이처럼

지극히 감미로운 곡조가 품고 있는 심오한 기쁨과 부드러운 사랑을 내비치면서.

하지만 그 시절은 지나갔다. 오르페우스는 그 끔찍한 지옥에서 돌아온 후

풀 한포기 없는 벌판에서, 이끼가 끼어 거무튀튀하고

다듬지 않은 돌로 만들어진 외딴 곳을 처소로 삼았다.

그 이후 영원하고 언제나 생동하는 그의 슬픔이 샘솟는
그 흘러넘치는 깊은 샘에서 분노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와 하늘까지 닿았다.

그것은 마치 강력한 폭포가 빠르고 강한 물줄기로 

나란히 놓여있는 바위 두 개를 가르고 

끔찍한 고함소리와 물소리와 함께 벼랑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

그 소리는 계속 흘러가서 아래로 떨어지고, 크고 사나운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갈랐지만, 그 소리는 가장 조화로운 고함소리였으며,

그 소리가 떨어질 때마다 물안개를 피워 올려 보냈고,

태양은 그것에 무지개빛 옷을 입혔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그의 슬픔의 물줄기에는 그렇게

가장 감미로운 곡조와 다양한 시적 언어의 옷이 입혀졌다.

다른 모든 인간사와는 다르게 그의 노래는 흐트러지는 법이 없었다.

곡조가 이러저러하게 변화하긴 했지만, 언제나 지혜나 아름다움, 

강력한 시의 신성한 힘이 가장 감미로운 조화 속에서 같이 어울렸다. 

내가 본 바로는, 강력한 남쪽 바람이 어두운 하늘을 꿰뚫고 

날개달린 구름을 한 무더기 몰고 왔고, 

별들이 깃털 같은 구름 사이로 반짝거리며 엿보는 동안,

그들은 그들의 목동이 시키는 대로 멈추는 법 없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곧 하늘이 밝아지고, 고요한 하늘의 드높은 둥근 지붕은, 

불붙은 꽃송이들로 장식된 채, 휘청대는 대지 위에 닫힌다. 

혹은 조용한 달이 재빠르지만 우아하게 자신의 행진을 시작하면, 

동쪽 언덕 뒤편으로 밝은 별들이 모두 떠오른다.

나는 달과 바람과 별들에 대해 말하지만, 노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만일 내가 그의 고결한 노래를 흉내 내고자 한다면,

자연은 나에게 지금까지 결코 쓰여진 적이 없는 말들을 빌려줘야 한다.

아니면 그 노래의 완벽한 특징들을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자연의 완벽한 작품들에서 빌려와야 한다.

그는 이제 더 이상 풀 한 포기 없는 황야에서 

바위로 된 왕좌 위에 앉아있지 않지만,

언제나 푸르고 옹이 많은 털가시나무와

가지를 흔드는 법이 없는 싸이프러스와

고마운 열매를 달고 있는 바다빛 올리브나무와

뒤엉킨 덩굴을 땅에 끌고 다니며 지나간 길에 열매를 뿌려놓는 전나무와

붉은 장미송이들이 피어있는 어린 가지를 가진 산사나무들, 

다정한 연인들에게는 너도밤나무, 그리고 흐느끼는 버드나무, 

모두 빠르거나 느리게 그들의 거대한 가지들이나 

가벼운 잎사귀들이 허락하는 대로

그의 왕좌 주변을 둘러쌌다. 

대지 자신도 어머니의 가슴에서 내주듯이 

별같이 생긴 꽃들과 감미로운 향기를 가진 풀들을 보내 

그곳에 자라게 했다. 그것은 무서운 사자들이 그의 발 가까이 앉고,

사랑만 받아 두려움을 모르는 아이들이 사자우리 근처로 기어가는 동안 

그의 시로 지은 사원을 장식하기 위해서였다.

심지어 눈먼 벌레들조차 노랫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새들은 가장 낮은 나뭇가지에 올라앉아

조용히 고개를 떨구고 있다.

나이팅게일조차 샘내며 노래불러 방해하지 않고,

모두를 매혹하는 그 소리를 잠자코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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