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ytage Open Lecture
 

 *모두 다 아다시피 2014년 4월 16일에는 475명의 승객 및 선원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하여 174명만 구조되고 301명은 사망 및 실종되는 비극이 있었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치부를 한 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충격적 사태였고, 이것 때문에 온 나라가 일년 내내 뒤숭숭했다. 그러던 어느날 세월호 유가족 중 한 명이었던 유민아빠라는 분이 세월호 사건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단식을 하다가 생명이 위태로와진다는 뉴스를 듣고 있었다. 유민아빠의 단식현장에서 그의 건강을 체크하던 이보라라는 앳된 여자 의사가 유민아빠의 상태를 묻는 손석희씨와 인터뷰를 하던 참이었다. 그녀는 앵커의 질문에 답을 하다가 목이 메어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순간 가슴에서 울분이 울컥 솟아오름을 느꼈다. 그래서 그길로 내려가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올바른 애도의 방식에 대해 몇 자 적었고, 고마운 친구 이근영기자의 도움으로 한겨레신문에서 기사화했다. 짧은 글이고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 별 주목을 끌지는 못했으나, 나는 내 문학공부가 어떤 식으로든 삶의 문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번 써본 것이다.  

 

올바른 애도를 위하여

 

 

세월호 가족은 왜 여야의 합의를 거부하는가? 그 답은 너무나 명확하다. 그들은 느닷없이 떠나간 자녀들의 죽음을 올바로 애도(哀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자식을 잃는 슬픔은 당사자가 아니고는 차마 헤아리기조차 어려운 극한의 고통이다. 유민아빠든, 윤일병의 부모든 더 살고 싶은 생각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분들에게는 잔인한 일이겠지만, 삶은 어떻든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죽은 자와의 이별을 각별하게 준비한다. 우리는 장례식을 통해 삶과 죽음의 엄연한 구분을 받아들이면서도, 죽은 자를 축복하고, 그들과의 정신적 유대를 회복한다. 그것이 장례식이고 그것이 애도의 과정이다. 살아남은 자는 올바른 애도의 과정을 거침으로써만 비로소 흐트러진 삶의 질서를 수습하고 남은 삶을 지속할 의지를 되찾는다.

 

그렇다면 올바른 애도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마음속의 울분과 분노를 마음껏 표출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정신이 온전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장례에서는 상주가 끊임없이 곡을 하게 되어있다. 장례를 문학적으로 양식화한 서양의 애도시(哀悼詩, elegy)에서도 그렇다. 애도시는 죽음을 방치하거나 허락한 존재들에 대한 원망으로 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실제적으로 그 죽음에 책임이 있든 없든 원망의 대상들은 하나씩 나타나 죽음을 막지 못한 자기들의 부주의나 무능함을 자책하며 애도의 대열에 동참한다. 물론 그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자책한들 그것이 그 죽음을 돌이킬 리는 없다. 하지만 애도자의 원망과 그에 대한 공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슬픔의 공동체는 비로소 죽음의 보편성을 받아들이고 “영원성에 대한 직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현실에서도 올바른 애도의 첫 단계는 그들의 비극적인 죽음의 원인과 과정을 정확하게 밝히는 것이다. 유족들이 사고의 과정을 정확하게 알게 되고, 그에 따라 허물 있는 사람들을 마음껏 원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은 그 원망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마저 포함한 모든 살아남은 이들이 다함께 슬픔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슬픔과 고통이, 그리고 원망과 공감이 한데 어우러지다 보면 결국 우리 모두가 여전히 삶을 함께 이어나가야 할 동포들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올바른 애도의 과정이다. 이러한 애도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여야가 있을 수 없고,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올바른 애도를 통해 유족들과 슬픔의 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만 비로소 세월호의 트라우마에서 우리 모두가 벗어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실을 원하는 유족들의 요구를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단지 분노한 유족들을 달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올바른 애도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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