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ytage Open Lecture
 

 

 

웹을 통한 학문적 네트워킹 영문학계의 몇 가지 예

박찬길(이화여대)

 

 

1.  웹을 통한 학문적 네트워킹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웹 공간에서의 인간적 활동은 실제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상황이 도래하였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블로그, 싸이월드와 같은 활동은 오프라인에서의 인간관계만큼이나 중요하게 되었고, 실제 인간관계를 보완하거나 강화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갔다. 즉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웹에서의 네트워크가 실제 현실에서의 인간적 네트워크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한 변화는 영미문학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학문적 공동체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쳤다. 교육의 분야에서는 학생과 학생 간, 학생과 교수 간의 관계에 있어서 그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이 나타났고, 영미문학의 연구공동체에서 연구자들 간의 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웹이 학문적 공동체의 구성에 가져온 변화는 단순하게 말한다면 지식과 정보의 보편적 공유를 통한 권력의 분산 소위 조직의 민주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웹 이전의 아날로그적 환경에서는 학문적 권력이 지식과 정보의 생산자/보유자/제공자 중심으로 과점되어 있는 경향이 있었다. 즉 지식/정보의 생산자/보유자/제공자가 학문적 공동체의 위계질서와 학문적 권위를 독점하고 있었다. 웹은 학문적 공동체의 여러 가지 제도와 관행에 있어서 지식/정보의 생산자/보유자/제공자가 소비자/비보유자/접수자 사이의 수직적이고 일방적 관계를 수평적이고 쌍방적 관계로 전환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오늘의 발표에서는 영미문학의 연구와 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변화가 어떠한 양상으로 표현되는지 외국과 국내의 몇 가지 예를 통해서 설명해보려고 한다.

 

2.  리스트서브(Listserv), 게시판(BBS), 포럼(Forum)

 

영미문학 연구자들이 일상 업무를 처리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은 e-mail이다. 본인은 학과의 업무를 처리하는데, e-mail mailing list를 매우 자주 사용하는데 거의 모든 경우에 전체답변의 옵션을 통해 구성원 전체와 매우 효과적으로 업무협의를 할 수 있으며, 갈수록 얼굴을 맞대고 직접 회의를 하는 일이 줄어든다. 리스트서브, 게시판, 포럼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e-mail을 통한 단체적 의사소통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것으로서 지식/정보 생산자들 간의 수평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직접적 대면을 통한 대담, 토론, 혹은 지면을 활용한 학문적 논쟁 등을 통해 이루어지던 학자들 간의 학문적 의사소통의 방식과 범위, 속도를 웹의 실시간성, 다방향성을 이용하여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가령 한국의 영미문학연구자들도 특정 게시판에 접속하거나 이메일 등을 통해 전달되는 다른 학자들의 의견들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됨으로써 학문적 고립성을 쉽게 극복할 수 있고, 영미권연구자들과 비영미권연구자들간의 정보격차(information divide)가 줄어드는 효과를 가지게 되었다. 

 

) 북미낭만주의협회(NASSR-L), 휴머니스트(The Humanist), SESK 게시판

 

3.  E-journal

 

전통적인 잡지 편집인의 동인활동을 웹 환경에서 재현한 것이다. 이것 역시 지식/정보 생산자들 간의 수평적인 네트워크로서 제공되는 정보가 일정한 학문적 성과물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게시판과 다르다. 전통적인 잡지 편집인간의 협력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고, 협력의 효율성, 속도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journal의 출판관행을 바꾸고, journal 출판과 관련된 위계질서와 학문적 권위의 구도를 바꾸어놓았다. 가령, 특정한 지역이나 연구집단에 국한되어 있었던 journal의 출판동인들은 출판물의 내용이나 그 출판의 여부를 결정하는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그 자체가 학문적 공동체 안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권위였으나, 이제는 동인들 자체도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인 범위로 활동의 영역을 넓힘으로써 학문적 권위가 보다 광범위하게 분산되는 경향을 가진다.

반면에 E-journal의 경우는 독자/수요자에 대한 보편적 접근성으로 인해 신생잡지라 하더라도 매우 빠른 속도로 학문적 권위를 획득함으로써 기존학계의 학문적 위계질서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저널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전환시켜 도서관통신망을 통해 공급하지만, 점차적으로 종이저널은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 Romanticism on the Net

 

4.  웹링(Webring)과 포털(Portal)

 

특정한 주제를 가진 웹싸이트들을 중간에서 매개하는 싸이트들이다. 이것은 연구자들이 지식/정보의 생산자나 소비자로보다 매개자로 작용하는 경우이다. Google처럼 무차별적인 검색을 통한 순수한 매개도 있지만, 이 경우는  영미문학연구자의 전문성을 살려서 관련 지식에 대한 일정한 평가, 분류를 통해 그 내용에 대한 사전평가와 일정한 통제를 가한다는 점에서 주석달린 참고문헌(An Annotated Bibliography) 작성자의 역할을 웹상에서 수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평가와 통제의 정도가 e-journal의 경우보다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Complete & Comprehensive list여야 하기 때문)

웹링은 특정주제의 싸이트들을 주석과 함께 모아놓은 것이고, 포털은 특정한 범위내의 싸이트들의 링크를 검색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학문적 웹프로젝트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전문적인 식견에 의거한 정보의 선별과 분류를 제공하는 매개싸이트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 18th century Ring, Baroque Ring, Intute,

The Voice of the Shuttle

 

5.  Database의 공유를 통한 연구/교육 공동체 

 

이 경우는 연구와 교육의 특정한 목적에 따라 독특하게 설계된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한다는 데 특징이 있다. 연구자들은 단순히 지식/정보를 생산하거나 매개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생산과 매개가 이루어지는 인프라의 구축 자체에 관여한다. 특정한 주제를 가진 Database를 연구자들이 이러한 연구/교육인프라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자신의 연구와 교육에 활용하는 형태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6.  웹을 기반으로 한 연구공동체: EPASIA(English Portal Asia)의 경우

 

기존학회를 기반으로 이를 웹상에 옮겨놓은 것도 있고, 웹을 통해 연구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가령 유럽의 영문학자들이 모여 유럽영문학회(The European Society for the Study of English, ESSE)를 조직하고 웹상에서 학자들의 연락을 유지하며(ESSE Membership Database), 또 연구성과를 모아 학술저널(The European Journal for English Studies)을 내고 있다. 이들의 성과는 이어서 미국의 MLA Bibliography에 버금가는 ABES (Annotated Bibliography for English Studies)라는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데 기반이 되었다. 이 모든 작업은 영국의 Robert Clark이라는 한 사람의 영문학자가 웹을 통한 네트워킹을 통해 진행시킨 일이며, 웹이라는 의사소통의 새로운 인프라가 한 사람의 창의적 노력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조직해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이 만들고 있는 EPASIA는 아시아의 영문학자들 사이에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시키며, 이들과 함께 학술저널을 운영할 의도로 만들어진 웹프로젝트이다. 이 싸이트는 기본적으로 위에서 설명한 바대로 웹을 통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방식의 학문적 협업을 아시아 영문학자들과 함께 수행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영문학의 새로운 연구공동체를 구성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EPASIA의 가장 특징적인 기능은

§ 영어/영문학/언어학 부문에 특화된 학술적 포털이라는 것,

§ 각각의 링크들에 상세한 주석(annotation)이 달려있다는 것,

§ 링크의 소재지가 영미권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지역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파트너들이 직접 자기 지역을 커버한다는 것,

§ 각 지역의 파트너들과 함께 운영하는 e-journal이 있다는 것,

§ 각 지역의 파트너들과 정기적으로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이 모든 활동의 결과물을 아카이브로 만들어 공유/공개한다는 것,

§ 그 외의 모든 학술적 활동을 웹으로 매개한다는 것 

 등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2007 1월부터 운영해온 본 싸이트에는 현재 700여개의 리뷰아이템을 가지고 있고, 이를 함께 운영할 해외의 파트너들과 2007 11 2-3일에 1차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고,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저변을 넓혀갈 예정이다.

 

7.  결론 

 

웹에서의 학문적 작업이 아무리 활발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에서의 학문적 작업을 대신하거나, 현실에서의 학문적 제도를 완전히 대치하지는 못할 것이다. 웹에서의 학문적 협업 역시 웹상에서의 활동만 가지고는 의미있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웹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고 그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의 학문적 공동체와 긴밀한 연관 속에서 서로 쌍방향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발전해야 한다. 따라서 전통적인 학문적 공동체와 싸이버 공간에서의 네트워킹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상호보완의 관계이며 이러한 상호적 관계 속에서 발전될 수 있는 보다 광범위한 학문적 네트워크는 한국의 영어영문학자들에게 지역적 고립성을 극복하고 학문적 저변을 획기적으로 넓힐 수 있는 절호의 환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Related Binaries

웹을 통한 학문적 네트워킹_v2.ppt  발표자료 ppt

 

 

   Related Keyword : World Wide Web Academic Networking
 

 

 
 
© 2014 ARMYTAGE.NET ALL RIGHTS RESERVED